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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읽고, 생각하고… ‘소통능력’ 기르기

[신문과 놀자!]읽고, 생각하고… ‘소통능력’ 기르기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할 때의 일입니다. 한 방송국에서 수업을 촬영하려고 우리 반에 왔습니다. 하루 동안 지켜본 뒤, 담당 PD는 우리 반 학생들이 다른 학교의 또래들과 좀 다르다며 다음 날 다시 촬영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PD는 우리 반 학생들의 ‘이상한 점(다른 점)’을 첫날 점심식사 후에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는 인터뷰 대상을 정하려고 학생들에게 다가가 “누가 공부를 제일 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PD의 얼굴을 쳐다보던 학생들은 “혹시 이번 시험을 제일 잘 본 아이를 찾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물어가며 과목별로 누가 가장 적게 틀렸는지 한참을 이야기한 후에야 “가장 적게 틀린 친구가 OO인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의아하게 생각한 PD는 “다른 것은 누가 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다시 서로서로 의논해 가며 책은 누가 가장 많이 읽는지, 읽은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하고 말하는 친구는 누구인지, 이를 분석하고 다른 내용과 가장 잘 연결하는 친구는 누구인지 이야기하더랍니다. 초등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PD는 신기하게 생각해서 다음 날 좀 더 자세히 지켜보려 했던 겁니다. 수업이 끝난 뒤 PD는 저와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 반 학생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수업을 계획할 때 저는 학생이 배울 지식과 함께 그 나이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합니다. 학생의 역량은 학습과정에서 길러지므로 공부하는 방법을 바르게 익히도록 차근차근 지도했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 것은 진정한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의사소통이 되려면 주제에 대한 정보 즉 배경지식,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능력 그리고 사회적인 소통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동아일보 9월 29일자 A1면(사진)에는 ‘키다리 아저씨가 당신이었나요…마지막까지 도움받던 소녀의 눈물’이라는 제목과 사진이 실렸습니다. 기부 천사 고(故) 김우수 씨의 이야기입니다. 유명인사도 아닌데 어떻게 1면에 기사가 실렸을까요? 학생들의 호기심을 이용해 A10면에 나온 관련 기사를 수업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의사소통 능력이 생기도록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 말로 표현하는 능력, 사회적 소통능력을 기르는 단계로 진행했습니다.


1.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기사를 이해하며 읽어야 합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글을 읽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대부분의 신문기사는 6하 원칙에 따라 쓰지만, 원인과 결과나 일이 일어난 순서에 따라 쓰기도 합니다. 기사내용을 파악하게 하기 위해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다음과 같이 안내했습니다.


처음에는 김우수 씨가 도움을 준 학생의 이름과 나이, 가정형편, 도움 받은 금액과 기간, 도움이 학생에게 미친 영향을 표로 정리하며 읽게 했습니다. 다음에는 김우수 씨가 살던 집안의 모습, 일하던 중국집 주인의 말, 기부에 대한 철학을 찾으며 읽게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사진과 마지막 단락을 예측하며 읽게 했습니다. 대통령 부인이 빈소를 찾아 문상하고 대통령이 애도하는 글을 올린 사례를 통해 무엇을 예측할 수 있는지 찾도록 하는 겁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글을 읽은 학생들은 다른 기사나 글도 혼자서 어떻게 읽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나 교사가 안내한 읽기 전략을 통해 김우수 씨에 대한 정보를 얻고, 기사를 읽는 방법을 배우는 셈입니다.


2. 말로 표현하는 능력


기사를 읽고 정보를 얻은 학생들은 이제 말할 준비가 됐습니다. 학생들은 기사에서 알게 된 사실을 한 명씩 돌아가며 하나씩 얘기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김우수 씨는 중국집 배달부였다 △김우수 씨는 한 달에 70만 원 남짓한 돈을 벌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학생은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힘을 자연스럽게 갖춥니다. 사실인지 의견인지 분명하지 않은 문장을 말할 때에는 서로 토론하며 사실과 의견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하면 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말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3. 사회적 소통 능력


기사에 담긴 내용을 명확하게 알고 나면 학생들은 사고의 폭을 좀 더 넓히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를 거치면 하나의 주제를 두고 토의 또는 토론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데 적합한 소재나 주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정하도록 지도해도 좋습니다.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정하면 학습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는 김우수 씨의 행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아볼까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지도하면 어떨까요.


①모둠원들의 토의를 통해 김우수 씨의 어떤 점을 널리 알리고 싶은지 정합니다.


②어떤 방법으로 김우수 씨를 알릴지 정합니다.(예를 들어 표창장 수여하기, 영화 만들기, 위인전 쓰기, 노래 부르기, 신문 만들기 등)


③정한 일을 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정합니다.


④언제 어떤 일을 할지 기간을 정합니다.


⑤각자가 맡은 일을 어떤 방법으로 할지 생각하고 의논해서 전체 의견으로 정합니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협동학습 방식으로 토의를 할 때는 구체적인 방법을 사전에 지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한두 명의 학생만 아이디어를 내고 대다수는 구경하는 데 그치므로 사회적 소통 능력을 기르기 힘듭니다. 모든 참가자가 의견을 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며 토의하는 방법에 익숙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반에는 또래에 비해 학력이 많이 떨어지는 정현(가명)이라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공부에 흥미가 없던 정현이는 자존감이 매우 약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학기 초에 정현이는 늘 여러 친구와 싸웠습니다.


그런 정현이가 한 학기 동안 신문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의 장점을 발견하고 인정했습니다. 다른 학생들 역시 정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새로운 물건에 대한 정보가 많고,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사는 능력이 남달랐던 겁니다.


이런 정현이를 우리 반 학생들은 ‘30년 후 동창회에서 최고의 기부금을 낼 친구 1위’로 뽑았습니다. 친구들의 인정을 받은 정현이는 공부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기부금을 가장 많이 내려면 좋은 학교에 가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학생을 바른 사회인으로 키우려면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을 학교에서 길러줘야 합니다. 이런 능력을 학습을 통해 갖추도록 교사와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지도해야 합니다.


심옥령 청심초등학교 추진위원장


 


<출처 – 동아일보 201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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