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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병원] 국책사업 ‘의료관광’ 실태 들여다보니

현장르포 >> 국책사업 ‘의료관광’ 실태 들여다보니
`헛발질`하는 의료관광, 국고로 웬 `헛수고`


칠판에 환자 이름을 적는 한 간호사. 청심국제병원은 지난해 2만여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병원행정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환자 수술건수가 15건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9건째”라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철 원장은 “삶의 질이 향상돼 국내외적으로 탈모환자의 관심이 늘어났다”면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의료사고 위험도 없어 의료관광사업에 적격이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처럼 경쟁력을 갖춘 전문의도 해외 마케팅은 만만치 않다고 인정했다.


이 병원은 주로 대구시와 연계한 마케팅을 펼친다. 국제행사에 참가하려고 대구 컨벤션센터인 엑스코를 찾는 외국인이나 시 차원에서 초청하는 손님이 이들의 주요 잠재 고객이다. 김 원장은 “시에서 우리 센터를 아예 외국인공무원 관광코스에 포함시켰다”면서 “중국 보건산업부 차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환자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진표만 7개 국어 표기
그는 “개별적으로 해외 미디어에 광고를 하거나 직접 해외로 진료 상담을 가기도 하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고 호소했다. 김 원장은 “의료관광에서 태국과 많이 비교하는데 거긴 원래 관광대국 아니냐”면서 “이미 발전한 관광에 의료는 숟가락 하나 얹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태국에 비해 한국, 특히 지방을 찾는 외국인 수 자체가 너무 적어 유치 규모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5월 30일 오후 2시, 서울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차로 1시간 남짓 달려 찾아간 청심국제병원의 첫인상은 대형병원이라기보다 소박한 요양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공항 안내판을 연상시키는 표기법이 눈에 띄었다. 병원 내 접수 창구, 병실, 진료과목, 식당 등 모든 안내 표기가 한글과 한자, 영어로 적혀 있다. 문진표는 여기에 일어·러시아어·아랍어 등을 더해 모두 7개 국어로 작성하게 돼 있다. 여기저기 영어나 일본어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니 “환자의 3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병원 관계자의 말이 실감났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전체 외국인 환자 수 8만1789명 중 2만여 명이 2003년 개원한 이 병원을 찾았다. 강흥림 국제팀장은 “종교사업과 연계한 외국인 환자들이 늘면서 개원 초기만 해도 인지도가 낮던 의료관광사업에 눈을 돌렸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원래 ‘청심병원’이던 명칭도 ‘청심국제병원’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해외환자 유치에 나섰다. 달라진 이름만큼 병원 내부도 변화가 생겼다. 외국인 전용 병실을 만들고 안내 표기도 모두 바꿨다. 우리나라에서 2000~3000원이면 사는 아스피린·정로환·타이레놀 등 기본 상비약품이 미국과 일본에서는 5배 이상 비싸단 걸 알고 병원 약국에 집중적으로 진열했다.


강 팀장은 “초기에 유치 대상국을 정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우리와 비교적 문화가 비슷한 일본을 첫 번째 공략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현재 이 병원 외국인 환자 중 약 80%는 일본인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우리와 다른 점도 많았단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일본 환자들은 타인의 방해를 싫어해서 항상 개인 커튼을 둘러요.”
강 팀장은 외국에서 환자를 데리고 오려면 각국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인은 ‘최고·최신·최대’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사기꾼으로 여겨요. 그래서 러시아어 팸플릿에 이런 단어는 모두 뺐죠. 오직 객관적인 사실로만 설명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중국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받는 젊은 층을 제외하고는 외국에 나가 치료받는 걸 꺼리고요.”


이 병원에 영어·일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의료진은 의사 17명, 간호사는 57명에 달한다. 단순히 외국어를 구사하는 걸 넘어 일본인과 독일인 의사 등 외국인 의사가 4명이다. 가정의학과 노리히사 요코(則久洋子) 과장도 그중 한 명이다. 그녀는 “외국인 환자용으로 마련하는 각종 편의시설도 좋지만 그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시설만 보고 오진 않는다”면서 “국고로 만드는 화려한 시설보다 본국에서 치료받는 듯 편안한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도 브랜드화해야
청심국제병원이 타 지방 병원에 비해 지리적 이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KTX 생활권으로 연결돼 대구까지 1시간 40분, 광주까지 2시간 50분 소요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 병원 관계자는 “통일교 재단을 기반으로 한 터라 해외 인지도가 높긴 하지만 외국인 환자 중 교인 비율은 30%가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기택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이 병원의 성공요인으로 틈새시장 공략을 꼽았다. 정 교수는 “무형의 의료서비스로 외국인 환자 서비스를 끌어들일 만한 차별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심국제병원은 치료 과목을 패키지로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가 부족한 일본 사람이 출산 패키지를 이용해 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산후조리·한방테라피·마사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홍보팀 김미옥 씨는 “일본은 출산장려금만 약 42만엔(약 565만원)에 달해 상대적으로 출산비용이 저렴한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의 약 60% 이상이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몰려 있다. 강남 성형외과는 이미 중국인·일본인 환자들로 포화 상태다. 청심국제병원 또한 검진센터(15.5%)나 한방과(6%)를 주력 상품으로 꼽긴 했지만 ‘일본인=피부, 한방’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깨고 산부인과와 같은 틈새시장을 노려 연간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기택 교수는 또한 “의료관광이 발전하려면 ‘병원의 브랜드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업무 차 중동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정부는 아시아를 넘어 중동 환자 유치에도 열을 올리지만 그 사람들은 삼성전자는 알아도 삼성병원은 아직 몰라요. 지금 프랑스에서 한류 가수들이 인기라는데 어디 ‘소녀시대’만 데려가서 그렇게 되겠습니까? ‘SM엔터테인트먼트’라는 브랜드로 가니까 먹히는 거죠. 국가 차원에서 할 일은 세세한 시설 투자가 아니라 국내 병원을 하나의 국가 브랜드로 만드는 겁니다.”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 9개 부처와 서울특별시·중소기업청은 6월 8일 의료관광사업 성과와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을 17대 신성장동력 과제로 선정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평가였다.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만201명이었던 환자 수가 지난해 8만1789명(미군 4829명 포함)으로 늘었지만 아직 태국(156만 명)·싱가포르(72만 명)에 비해선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국제의료서비스 시장이 연 12%씩 성장해 내년에는 1000억 달러(약 108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가 유치한 해외환자 진료 수익은 547억원에 불과했다. 애초에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예상해 2009년부터 보건복지부(200억원)와 문화체육관광부(77억원)가 투자한 돈만 277억원이 넘는다.


올 초에 열린 국가신성장동력사업 평가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현재 수익만으로는 국가신성장동력사업이라 말하기도 어렵다”면서 “의료관광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 황금어장을 과연 우리가 차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월간중앙 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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