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육 인터뷰

청심

[문화 교육 인터뷰] 상대방의 내면을 존중하는 소통방식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그녀 – 채인선 동화작가

[문화 교육을 통해 세상을 더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드는 사람들, 서른일곱번째 이야기]


문화란 결국 ‘상대방의 내면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외치는 그녀.


나와 다른 겉모습, 나와 다른 문화와 사고를 지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 아닐까요?


라며 우리에게 반문을 하는 동화작가 채인선. 그녀의 소통방법이 궁금하다.


감성의 텃밭을 일구어 세상과 소통하는 힘


  동화 작가 채인선


   1996년 창비에서 주관한 제1회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에서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선작인 <전봇대 아저씨>를 비롯해 <내 짝꿍 최영대>


   <시카고에 간 김파리> <아빠 고르기> 등의 동화책과 <딸은 좋다> <도서관 아이> 등의 


   그림책을 펴냈다. <아름다운 가치사전>과 <나의 첫 국어사전> <다문화 백과사전> 등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교양서 집필에도 힘쓰고 있다.


 


감성의 토양을 일구는 책 읽기



저희 집 앞에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텃밭에 농사를 짓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흙을 부드럽게 만드는 거예요. 흙이 딱딱한 상태에서는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 없거든요. 사람의 감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토양을 갈아 부드럽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씨앗이 있다 해도 마음에 뿌리를 내릴 수 없어요. 헌데 어른이 될수록 딱딱해진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은 더 어려워집니다. 그렇기에 어릴 적에 감성의 토양을 부드럽게 갈아놓는 것이 무척 중요하죠. 그리고 그 토양을 가는 데 가장 좋은 매체가 바로 ‘책’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지금처럼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시절 책이 없어도 괜찮았던 것이, 가족도 많고 친척이나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도 활발했거든요. 책이 아니어도 생활 속에서 다양한 간접 경험과 감정 공유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거죠.


헌데 요즘은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복잡해졌음에도, 사람들의 생활과 관계는 더 획일화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예전보다도 책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이 중요한 이유



아이들에게 책은 더욱 중요합니다. 어른들은 접할 수 있는 문화가 많잖아요? 반면 아이들은 대부분 어른들이 골라주는 문화를 수동적으로 접하는 것이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문화는 매우 제한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책은 아이들이 가장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고급문화라 할 수 있죠. 


더구나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그대로 믿고, 행동도 쉽게 변해요. 어른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잘 믿지 않고, 믿는다 해도 자신의 행동을 바꾸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라요. 책이 주는 영향력이 훨씬 큰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 책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들이 보는 책은 더욱 신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른들을 그대로 모방하는 존재잖아요. 아이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과 행동을 무차별적으로 받아 들여요. 일종의 ‘감염’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책이 그 효과를 진정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행동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달라도 사람은 모두 같다


그러한 ‘감염’의 사례 중 하나가, 인종차별인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몇 년간 생활한 적이 있는데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뉴질랜드에는 다문화를 위한 홍보와 문화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 경험을 하고 돌아와서 보니, 한국에서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는 다문화인들을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 잠깐 왔다 가는 존재로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그릇된 편견에 아이들까지 흡수되도록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올 가을 <다문화백과사전>이라는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문화는 달라도 사람은 같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책 한권으로 무한히 뻗어나가는 통합적 교육


뉴질랜드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교과서가 없다는 거였어요. 대신 책으로 공부를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문학책 하나 두고 어떤 모둠은 책의 문학성을, 어떤 모둠은 책에 나온 역사적 사건들을, 또 어떤 모둠은 책에서 알 수 있는 당시 경제상황을 조사해요. 그런 후에 모둠별로 공유를 합니다. 책 한 권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보며, 통합적 사고를 하게 되는 거죠.


헌데 우리나라 교과서는 오히려 갈래갈래 찢어져 있잖아요? 어린이 책들도 불필요할 정도로 장르가 많고요. 읽어야 할 책은 점점 많아지는데, 통합적인 사고를 길러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독서를 재미없는 공부로만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읽겠어요? 한국처럼 어른들에게 책 읽으라고 캠페인 하는 나라도 없을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학교만 들어가면 그 즉시 책은 내던져 버리잖아요. 가끔 자기계발서만 읽고(웃음).


책보다 좋은 교육은 바로 자연


하지만 책보다도 중요한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자연’입니다. 자연은 생명의 어머니잖아요? 곧 자연은 사람의 어머니인거죠. 아이들에게 엄마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자연 역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많이 뛰어 놀고, 그 후 시간이 나면 책을 읽으라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자연을 느끼며 자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감수성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자연의 기본 원리는 ‘순환’이잖아요? 그런 자연의 섭리를 온몸으로 익히면서 자라면, 자연히 사고와 인성이 유연해져요. 자연이 주는 풍부한 감수성이 몸과 마음에 푹 베어나게 되죠. 그런데 도시에 살면 그런 감수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어요. 감수성은 예술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감수성은 곧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거든요. 



진정한 문화는 상대방의 내면을 존중하는 것


사람은 똑똑해지고 싶어 하고,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그렇게 될 수 없어요.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 합니다. 함께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한 것이고요. 그러한 감수성의 토양을 일구는 데 책과 자연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존재죠.


저는 문화란 결국 ‘상대방의 내면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다른 겉모습, 나와 다른 문화와 사고를 지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 아닐까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동화 작가 채인선의 <문화교육공감>

인터뷰에서 강조했듯, 책보다는 자연을 먼저 추천하고 싶어요. 도시에서는 자연을 접하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숲 체험 학교’ 같은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빡빡하게 채워진 프로그램보다는, 그냥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실컷 뛰어놀 수 있는 곳에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가셨으면 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