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육 인터뷰

청심

[문화 교육 인터뷰] 소통은 나를 주장하고 너를 확인하고 우리 목소리를 찾는 것- 최정화 예술가

[문화 교육을 통해 세상을 더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드는 사람들, 서른아홉번째 이야기]

”제가 미술 교사가 된다면, 만지기, 빨기, 더듬기, 걷기 등을 할거예요. 만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촉각만으로도 많은 걸 깨우칠 수 있는 방법이 되거든요. 그런데 여태까지는 잘 그리기, 베끼기. 남의 생각 따라하기를 가르쳐 왔죠. 그런데 사실 서로 대화만 해도 돼요.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사이에 할말이 얼마나 많아요. 실제로 일본에서 학생들과 워크숍을 했을 때도, 자신이 버리기 싫은 물건을 가져와 그걸 왜 아끼는지 얘기했었어요. ”

사람들이 전하는 그 메세지 자체에서 영감을 얻고 미술을 배우는 예술가 최정화. 그를 만나보자.

지구 인구가 70억이라면, 메시지는 100억 가지 이상 아닐까요


choijunghwa (1)

예술가 최정화

1961년생. 홍익대 서양화과 졸업. 현 가슴시각개발연구소 소장.

1987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1997년 제 5회 토탈미술상,

2005년 제7회 일민미술상 수상. 사진작가, 미술감독, 아트디렉터,

그래픽디자이너, 취미예술가, 인테리어디자이너, 공공미술가,

설치예술가 등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디자인한다.

현재 가장 많은 수의 비엔날레와 해외 전시에 참여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다.


사랑 받고 있군. 오죽 사랑 받으면 망가질까
청심평화월드센터 개관기념 아트 프로젝트로 2012년에 ‘화양연화(샹들리에)’와 ‘사탕(의자)을’ 설치했어요. 전 작품을 못 만지게 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작품을 마음껏 만지도록 뒀는데 애들이 많이 매달려서 작품 보수를 여러 번 하고 있어요. 기분은 전혀 나쁘지 않아요. 그만큼 인기가 많았다는 거니까요. 오히려 ‘사랑 받고 있군, 오죽 사랑 받으면 망가질까’라고 생각했죠. 2013년 1월 10일에는 일본 쇼도지마 섬 항구 입구에 올리브 왕관 모양으로 5M 높이의 기념비를 설치했어요. 쇼도지마 섬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올리브 나무가 심어진 섬이에요. ‘태양의 선물’이란 작품’인데, 올리브 나무 잎사귀마다 그 지역의 초등학생들의 꿈이 새겨져 있어요. 20년, 30년이 흐른 뒤 그 아이들의 자녀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죠. 2월 26일에는 대구에서 개인전 ‘연금술’을 오픈하고,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미술관에서 개인전 ‘메이드 인 말레이지아’ 기획 중이에요. 워낙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편이라 저도 다 기억은 안 나지만요.
br>

choijunghwa (2)

br>

배우는 걸 잊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어요. 상도 많이 탔고요. 그래서 화가가 될 뻔도 했죠. 회화과로 입학했을 당시 미술계에는 민중미술이랑 포스트모더니즘 두 가지 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둘 다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오히려 학교 가는 길의 공사현장, 시장 골목, 남들이 버린 쓰레기 이런 것들이 더 마음에 와 닿고요. 그래서 ‘예술도 물건이고, 쓰레기지 뭐. 한 번 붙어보자’는 전투적인 자세로 지금처럼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배우는 걸 잊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처음에는 주위에서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2000년, 가고시마 미술관 전시에서는 쓰레기를 가져오면 미술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하고, 그것들을 모아 전시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런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예술을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작품에 참여시킴으로써 ‘어, 내 것이 저기 있네’라는 경험을 줄 수 있었죠. 너무 쉬운 소통이잖아요.
br>

choijunghwa (3)
br>

소통은 나를 주장하고 너를 확인하고 우리 목소리를 찾는 것
예술이 별 게 아니에요. 예술도 소통도 결국 ‘나를 주장하고 너를 확인하고 우리 목소리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연 설명이요?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네가 그렇다.>(나태주 作, 풀꽃 中) 애정을 갖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서로 이해가 되고 그럼으로써 소통이 되는 거죠. 제가 하는 건 모두 그랬던 거 같아요. 모든 것이 예술이고, 누구나가 예술가가 되고. 제가 꽃을 많이 소재로 쓰는 이유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알고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메시지는 작가가 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구 인구가 70억이라면, 메시지는 100억 가지 이상 아닐까요. ‘알아서 골라가세요, 자기 답을 가져가세요.’ 이런 주장하고 있는 거죠. 태도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보이는 물건보다 안 보이는 부분이 더 큰 거죠.

br>

choijunghwa (4)
br>

문화의 과잉, 잉여가 되다
대한민국은 예술로 반죽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예술이 안 된다고 하면 답답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게 다 예술이잖아요. 구청, 동사무소, 백화점에 문화센터도 점점 많아지고요. 그럼에도 문화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오히려 문화의 과잉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과잉은 결국, 잉여, 쓰레기가 되거든요. 과잉과 잉여가 넘쳐나니, 오히려 안 보이는 거죠. 또 하나, 대한민국은 문화를 건설하려는 게 문제예요. 문화는 자생적으로 삭고 묵히면서 생겨나는 건데, 콘크리트 건물처럼 건설하려고 하잖아요. 인테리어를 한다고 잡지 한 페이지를 흉내 내고, 가짜로 낡게 만들고…….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것이 생기는 거죠. 자기 기준이 없으니까 생기는 문제예요.

br>

choijunghwa (5)
br>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너무 과잉 돼 있어요. 저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 사회는 남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하다 보니 남의 생각대로 살고. 남의 눈대로 살려고 하잖아요. 태어나자마자 타자가 되는 슬픈 현실이죠. 커다란 하나의 중심이 아니라 그물코와 같은 중심이 필요해요. 개체 개체마다 중심이 있어야 모양이 바뀌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균형이 유지될 수 있거든요. 자기 주관 없이 쫓아만 다니다 보니까 부족함이나 갈증을 끊임없이 느끼는 거죠. 요즘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걸려 있는 시에 답이 있는데 기억나세요?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억’이라는 시인데, 마지막 구절이 빠져있어요. 그 완결은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예요. 그런 거 같아요. 방법은 열려있고 자기 방식을 찾으면 되죠.


만지기, 빨기, 더듬기, 걷기
요즘 학교를 만들 생각이 없냐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학교는 못 만들 거 같지만, 제가 미술 교사가 된다면, 만지기, 빨기, 더듬기, 걷기 등을 할거예요. 만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촉각만으로도 많은 걸 깨우칠 수 있는 방법이 되거든요. 그런데 여태까지는 잘 그리기, 베끼기. 남의 생각 따라하기를 가르쳐 왔죠. 그런데 사실 서로 대화만 해도 돼요.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사이에 할말이 얼마나 많아요. 실제로 일본에서 학생들과 워크숍을 했을 때도, 자신이 버리기 싫은 물건을 가져와 그걸 왜 아끼는지 얘기했었어요. 미술 시간에 이런 걸 해야 하는데, 입시가 다 망쳐 놓은 거죠. 좋은 자질의 아이들을 자꾸 재단하고 맞춰놓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 중 하나가 젊은 사람들이 모여 같이 놀고 소통하는 카페, 공연장, 전시장 등을 만들어 오는 거였어요.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이제는 2, 3년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30년 이상을 권한을 가지고 한 지역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묵히고, 삭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아요.

br>

예술인 최정화의 <문화 교육 공감>



choijunghwa (6)

도서 ‘존재의 3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처절한 운명과

엇갈림에 관한 이야기. 조직적이고 독창적인 문체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choijunghwa (7)

최정화의 <연금술전>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다양하면서도 자유로운 작품들을 미술관 내∙외부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구미술관 어미홀, 2월 19일~6월 23일)


choijunghwa (8)

정크 오페라(junk opera)

‘타이거 릴리즈’라는 팀이 만들어 낸 음악 분야입니다.

‘타이거 릴리즈’의 대표 앨범인 ‘더벅머리 페터(Struwwel Peter)’는 독일의 정신과 의사 H.호프만의

근대적 그림책 ‘더벅머리 페터’를 바탕으로 만든 사운드 트랙입니다.


chengshimlogo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