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육 이야기

[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이야기 두편-<쿠치의 여름>, <나는 아직 살아있다: 페루의 음악혼>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이야기 두편
<쿠치의 여름>, <나는 아직 살아있다: 페루의 음악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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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추억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기억은 친구들과의 새벽 기차입니다.
고작 대학교 3학년이었던 우리는 생애 첫 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 여행을 계획했고
그때의 부산은 지금 살고 있는 서울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이었어요.
2001년 여섯 번째 축제를 준비하는 부산은 아이로 치면 고작 유치원생쯤 되는, 아직은 설익은 모습이었죠.
지금보다 인터넷이 덜 발전했던 때라 밤새 줄을 서서 표를 끊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또 주체측은 1년 중 언제 영화를 해야 할지 아직 잘 몰랐던가 봐요.
11월, 바닷바람이 꽤 차가울 즈음 영화제를 했으니까요.
그때는 지금처럼 그럴 듯한 건물을 짓지 못해서 남포동에서 많은 행사를 했습니다.
영화의 거리도,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도 오밀조밀 모여 있어서 이 영화가 끝나면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 부지런히 남포동 거리를 활보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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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기억들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영화제를 찾은 저는 이틀 동안 최대한 많은 영화를 보려고 하루 세 편의 영화를 예매했어요.
영화가 끝나면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찾아 헤맸고 곧이어 시작할 다음 영화를 위해
허겁지겁 그것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커피가 간절했지만 당시에는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었습니다.
한 친구는 가방 안에 커피를 숨겨서 들어갔는데, 그만 그 커피를 쏟는 바람에 허벅지가 뜨거워진 채로 영화를 봐야 했어요.
주로 대중영화를 상영하는 지방의 극장에서 다양성의 결핍을 느끼던 우리는 놀랍고도 새로운 영화를 만날 수 있었어요.
예술이란 무엇인가. 아직 스물두세 살밖에 되지 않은 우리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 리 없지만
그곳에서 만난 영화는 스스로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라든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 같은 영화를 봤거든요.
잠깐 설명을 붙이자면 이 영화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남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요.
물론 인도 영화 아슈토쉬 고와리커 감독의 <라가안> 은 러닝타임이 222분이었지만 보는 내내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인도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드는 나라지만 그때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영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뮤지컬 형식의 이 영화는 인도의 역량이 얼마나 풍부한지,
또 앞으로 인도 영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해 예견하게 했죠.
 
2003년 가을, 그렇게 우리는 여덟 살이 된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았어요.
나는 서울에서 마지막 부산행 기차를 탔고 친구들은 새벽 즈음 대구에서 같은 기차에 합석했죠.
해가 뜨기 전 부산역에 도착한 우리는 돗자리를 들고 현장 티켓을 예매하러 달려갔어요.
남포동 거리에는 이따금 유명 배우나 감독들이 지나다녔고 우리는 별스럽지 않다는 듯 그들을 지나쳤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조차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해서 그들과 동등한 입장이 되어 영화의 거리를 거닐게 하죠.
그리도 다음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친구들과 함께 영화제를 가곤 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해가 바로 2006년 11회 부산국제영화제였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던, 그래서 모든 순간이 슬픔처럼 느껴졌던 해였죠.
나는 또 친구들을 불러 모았어요. 얘들아, 부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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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추억 SINCE 2011,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난 임권택 감독
 
그때쯤엔 부산국제영화제가 꽤 자리를 잡았어요.
남포동에서 하던 여러 행사들을 해운대로 옮겨 왔고 영화의 전당을 짓기로 결정했던 때였죠.
그래서 남포동보다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보는 영화가 더 많았어요.
한 영화가 끝나면 부지런히 바다를 보러 달려갔죠. 역시 대학 3학년 때 함께 했던 그 친구들과 말이죠.
어느 호텔 앞에서 배우 강동원이 지나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우연히 임권택 감독과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한 친구가 임 감독님께 달려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18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까지 열릴 만큼 세계적인 감독,
임권택과의 사진은 그때의 우리가 얼마나 놀랍고 소중한 추억을 담았는지 증명해주었죠.
또 그해에 가장 큰 감동을 안겨준 에릭 쿠 감독의 <내 곁에 있어줘>를 만났어요.
영화에서는 몸이 정상적인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안고 눈과 귀가 멀어버린 테레사 첸 할머니는
오히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을 도우며 살았죠. 마지막에 할머니는 말해요.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 곁에 있어주세요.”
그 말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나는 한참을 울었어요.
비록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나도 그 사랑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그 할머니가 내게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서 모든 관객이 자리를 떠난 후에도 전 객석에 앉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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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추억 SINCE 2011 그리고 영화 이야기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를 찾은 해는 2008년이었어요. 안정된 회사를 관두고 여행을 하며 글을 쓰고 싶다 결심한 해였죠.
물론 친구들과 함께 갔어요. 일주일 내내 영화를 보았고 해운대 해변에서는 양조위와 이영애의 특별한 대담이 벌어졌죠.
아니, 어쩌면 그건 2004년의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해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면밀히 기억하고 싶지만 여러 해를 참여하다 보면 그게 언제였더라 하고 가물가물해지니까요. 아무튼 나의 부산국제영화제는 현재의 그것보다
지난 추억이 더 많은, 시간과 함께 조금씩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그런 축제였습니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어느 날 문득 시를 읽다가 올해는 꼭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망한 삶에서 시급한 줄 알면서도
기약 없이 미루다 끝내 실현되지 못하는.
– 쉼보르스카의 ‘식물들의 침묵’ 중에서
 
2008년을 마지막으로 경제적 이유로 더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지 못했던 전 5년째 그곳에 가지 못했습니다.
내겐 가장 시급한 일이지만 기약 없이 미루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 시를 읽으니 덜컥 겁이 나는 거예요.
영영 가지 못한다면, 어쩌면 2008년 그해가 내겐 마지막 영화제였다면 얼마나 슬플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정신없이 영화제 표 예매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물론 어릴 때처럼 프로그래머의 평과 영화 줄거리를 하나하나 살펴가며 동선을 그려가며 밀도 높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상영하는 영화가 워낙 많았던 터라 예매를 하는 것도 곤욕이었으니까요.
일단 하루 두 편씩, 그리고 프로그래머가 한번쯤 언급한 영화를 예매하기로 하고 9월 26일 아침, 예매 시작일을 기다렸어요.
몇 편의 영화는 10여초 만에 매진이 되어 예매하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성공적인 예매를 마친 후 부산으로 갈 준비를 했어요.
이번에는 혼자, 조금 쓸쓸하게 떠나는 여행이지만 내겐 지난 추억이 가득하니 외롭지 않을 것이라 믿었죠.
그리고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지만 부산으로 가기 전 대학 때 친구들을 경주에서 재회하기로 약속했거든요.
비록 두 아이의 엄마로, 직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부산국제영화제를 함께 가지는 못해도
우린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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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나의 예매 목록과 영화 티켓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이제 부산에 가면 숙소 걱정은 없어요. 해운대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네가 있거든요.
2004년부터 그곳에 머물며 영화제에 참여했는데, 2008년 이후로 간 적이 없으니 못 본 지 5년이 되었어요.
내게 고모라 부르던 두 아이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있었어요. 그 아이들의 자람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죠.
그새 부산국제영화제의 주 무대가 남포동에서 ‘영화의 전당’이라는 세련된 장소로 옮겼는데,
머리 큰 사람이 앞에 앉으면 자막을 보는 일을 아예 포기해야 했던 남포동의 허름한 극장에선
이제 상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펐습니다.
새롭고 좋은 것이 추억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하니 전혀 새롭고 좋은 것이 아닌 게 되었어요.
이 극장과 저 극장을 옮겨가기 위해 남포동 거리를 걸었다면
이젠 센텀시티의 롯데시네마나 CGV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고
분주한 남포동 거리 대신 영화의 전당이라는 거대한 건물에서 헤매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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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풍경들

 
올해로 18년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무대로 자리 잡으려면 그런 변화들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추억이 간직된 공간이 아닌 전혀 다른 공간에서 맞이하는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다른 느낌이었죠.
물론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서 맞이한 영화제 또한 시간이 흐르면 소중한 추억이 될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옛 공간을 지켜내어 해마다 한 장소에 추억을 켜켜이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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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풍경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충분히 있었어요.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공백 시간에 커피를 마신다든가 해운대의 바닷바람을 맞는 일,
그러다 문득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 일.
우연히 지나가는 배우들의 뒷모습을 보거나 유명한 감독을 바로 코앞에서 만나는 일이 그런 것이죠.
한번은 다음 영화를 기다리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함께 앉아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허둥지둥 물건들을 치우며 물론이죠, 하고 대답하고 고개를 드는데 그분은 화사하고 예쁜 여자분이었어요.
문득 궁금해서 “어떤 영화 보셨어요?” 하고 질문했고 우린 잠시 동안 이번에 본 영화들 이야기를 나눴죠.
다음 영화 상영 시간이 다가와서 안타깝게도 긴 대화를 하진 못했지만 서로의 연락처까지 주고받았습니다.
그녀는 배우였고 하동에 촬영차 왔다가 스케줄이 비어서 선배와 함께 영화제에 왔다고 했어요.
제가 글을 쓴다니, 언젠가 좋은 작품으로 만날지도 모르겠다며 그녀가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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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부산국제영화제- 추억 SINCE 2011 그리고 영화 이야기; 변하지 않은 풍경들

 
전 영화 전문 기자가 아니고 빠르게 소식을 전해야 하는 일간지 기자도 아니기 때문에 한갓진 영화제 모습을 좋아합니다.
해서 언제나 개막식이 열린 후에 부산을 찾는데 이번엔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가 그날들이에요.
도착한 날 첫 영화를 보고 해운대로 갔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생각보다 한산했어요.
다만 한쪽 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외국 배우와 감독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제대로 들었다면) 곧 배우 한효주와 감독들이 오픈토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블로그에 현장감 넘치는 소식을 전하려면 꾸역꾸역 그 자리로 가야 했지만
그런 소식은 씨네21이나 영화 잡지에서 충분히 전해줄 것이라 믿으며
전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보통의 관객이 얼마나 맘껏 영화제를 즐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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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풍경들

 
해운대 한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어요.
예전에는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먼발치에서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사람들의 먼 뒷모습을 많이 찍었어요.
일요일 오후의 바닷가 풍경은 한 철 장사 끝낸 생선가게처럼 조금 쓸쓸했어요.
하지만 물이 차가웠고 파도가 높아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영화제에 상영된 영화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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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풍경들
 
영화
첫영화와 끝영화가 서로 교차하듯 나에게 행복을 안겨주었어요.
중간중간 힘겹게 보다가 뛰쳐나온 영화도 있었고,
예술이란 꼭 자극적이고 불편한 무엇이어야 할까 하는 부정적인 질문을 하게 한 영화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첫영화와 끝영화는 예술의 역할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안심하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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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시작과 끝 영화 티켓

 
우선 예매할 때의 기준은 되도록 대중에게 소개되기 힘든 나라의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었어요.
힘겹게 부산까지 갔는데 얼마 뒤에 서울 어느 극장에서 개봉하면 조금 허무할 것 같아서요.
그런 기준에서 예매를 하긴 했지만 영화가 만족스러울 땐 어서 대중에게 선보여지기를,
DVD로 판매되어 소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죠.
그럼 이제부터 제 마음을 움직인 두 편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주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미리 알고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절대 끝까지 읽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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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시작_쿠치의 여름
 
제목만 보고 기타노 다케시 <기쿠지로의 여름>을 생각했어요.
워낙 좋아했던 영화라 장조치 감독의 <쿠치의 여름>도 그럴 것이라 믿었어요.
이 영화는 바오라는 아이의 성장영화예요. 이혼을 결심한 부모가 아이를 쿠치에 있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 맡겨요.
방학숙제로 20일간의 일기를 써야 하는 바오는 모든 것에 시큰둥한 아이입니다.
그러니 특별한 날의 일기를 좀처럼 쓰지 못했죠.
얼마 전 할머니가 돌아가신 데다 나이가 들어 아픈 데가 많은 할아버지는 도시 아이 바오를 맡게 되죠.
할아버지는 밥을 먹을 때는 할머니의 얼굴을 그린 돌멩이를 올려놓고 바오에게 할머니에게 말을 걸라고 해요.
그러면 바오는 저것은 할머니가 아니지 않냐고 말하지만 할아버지는 소중한 사람은 세상을 떠나도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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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장조치 감독의 <쿠치의 여름>
 

시골 학교로 전학 간 바오는 조금씩 시골 친구들을 알게 되죠.
그중에 원주민 소년 밍추안은 특별한 친구였어요.
천둥 치고 비 오는 날 농구를 하러 달려가거나 강가에 다이빙을 하거나
좋아하는 소녀에게 잘 보이려고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아이였어요.
어느 날 할아버지와 함께 강가로 간 바오. 문득 할아버지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이 시냇물은 당신 고향의 강을 닮았다고.
할머니를 만나 결혼할 때 가장 아끼는 돌을 선물했는데 그때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고.
“당신은 돌로 아내를 얻었군요.”
할아버지는 그 돌을 할머니에게 주었고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돌을 이 강가에 던졌다고.
왜냐고 묻는 바오에게 할아버지는 내 마음에 묻기 위해서라고 말하죠.
아직 어린 바오가 그 말의 뜻을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부터 할머니의 그림이 그려진 돌멩이에게 말을 걸 땐 조금은 진지해졌겠죠.
바오는 쿠치에서 밍추안과 다른 시골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요.
하지만 우리의 유년이 그렇듯 언제나 행복한 일로만 가득 찰 수 없는 것이 인생이잖아요.
좋아하는 소녀에게 물고기 잡는 모습을 보여주려던 용감한 소년 밍추안은 급류에 휩쓸려 응급실에 실려 가요.
며칠을 앓던 소년은 세균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고 말죠.
바오는 한동안 이별에 가슴 아파하지만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죠.
어린 아이에게 영원한 이별이란 어른인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무엇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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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장조치 감독의 <쿠치의 여름>

 
얼마 동안 바오는 밍추안과의 추억을 되새기죠. 어느 날 할아버지가 바오에게 강가로 가자고 말하죠.
작은 돌멩이에 밍추안의 그림을 그려놓은 바오는 그 돌을 강가 깊이 던집니다. 그리고 그날 밤 드디어 특별한 일기를 써요.
할아버지가 강가로 배를 타고 나가자고 하셨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죠.
돌을 던진 것과 친구를 마음속 깊이 묻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말, 끝내 나를 울리고 만 그 말은 이런 것이었어요.
『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평생 누군가가 곁에 있어줄 순 없다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떠나가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
할아버지의 그 말은 바오에게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었죠.
하지만 바오처럼 사랑했지만 이별해야 했던 소중한 사람을 추억하며 사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사느라고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속 깊이 묻거나 추억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지도 몰라요.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였고 결국 이별이라면 바오처럼 맘껏 슬퍼하고 마음속에 그 사람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영화 내용을 많이 노출한 게 아닌가 걱정되지만
결말을 알고도 재미있는 영화라는 확신이 들기에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끝_나는 아직 살아있다: 페루의 음악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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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나는 아직 살아있다: 페루의 음악혼>
 

마지막 영화를 기다릴 땐 부산에 태풍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긴 여행과 무거운 짐으로 슬슬 몸과 마음이 지쳐가기 시작했어요.
마지막 영화를 포기할까 하고 몇 번이나 고민했던지.
하지만 결국 또 언제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을까, 지금이 마지막 영화제라고 생각하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어요.
게다가 마지막 영화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페루의 다큐멘터리잖아요.
7년 전 남아메리카 배낭여행을 한 후로 줄곧 마음속에 그곳 나라들을 담고 살았어요.
이 영화는 안데스 산맥을 둘러싼 페루의 전통음악부터 그 혼을 이어받은 여러 뮤지션들의 음악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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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나는 아직 살아있다: 페루의 음악혼>

 
미겔 코한 감독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카페>나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보면 알겠지만
남아메리카 음악은 한 단어로 ‘감동’입니다. 시적이면서 서사적인 노래 가사 또한 일품이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산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이 영화는 내 마음을 완벽하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었어요.
모든 새들은 저마다 다른 언어로 노래를 하는데, 마음이 닫힌 사람은 그걸 알아듣지 못해서
그저 지저귐이라고 생각한다는 원주민 뮤지션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거예요.
노래 가사는 노트와 펜이 있다면 모두 받아 적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그 중 기억하는 구절은,
『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귀뚜라미도 감동하지』
『 지나간 인생은 그 무엇도 뺏을 수 없어.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등입니다. 기억력이 좋아서 더 많은 가사를 기억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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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나는 아직 살아있다: 페루의 음악혼>

 
영화가 끝난 후 제작자와 함께 하는 GV가 있었어요.
전 제일 앞자리로 자리를 옮겼고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질문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떨렸지만 의외로 차분하게 하고 싶은 말을 했죠.
우선 페루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이 영화가 고맙다고,
부산에서의 내 마지막 영화인데 너무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어서 기쁘다고.
그리고 질문은 아르헨티나의 경우 ‘소사’와 같은 국민 가수가 없는지, 이 영화의 O.S.T를 만들 계획인지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다큐멘터리에 나온 가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현재 전통음악의 혼을 이어받은 가수로는 문화부장관까지 한 ‘수사나 바카’라는 분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페루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음악 다큐멘터리라 현지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소식도 알려주었어요.
O.S.T뿐 아니라 해외 상영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그의 말을 끝으로 전 벅찬 마음을 내려놓고 부산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날 마지막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다섯 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을 견뎌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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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움직이지 마세요. 영화의 감동이 달아날지도 몰라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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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영화를 보기 전 두 시간이 비어있었습니다.
서울에 살지만 서로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연락이 닿아 해운대 바닷가에서 만나기로 하고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바다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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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침부터 왔던 긴급재난문자

 
해변에는 아무도 없었죠. 그러나 바다에는 서핑을 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재난 경보까지 울렸는데 그들은 여전히 서핑을 타고 있었던 거죠.
아침부터 긴급재난문자가 와서 바다에 가는 것조차 겁이 났던 저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땅을 짚고 힘겹게 해변까지 갔거든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유란, 저런 게 아닐까. 위험해서 자칫 죽을지 몰라도 지금 즐거워 저러고 있는 행동.
늘 자유가 뭔지 몰라 누군가 내게 ‘자유로운 영혼’이라 그러면 허둥대며 아니라 변명했는데
태풍경보에 모두가 떠난 바다에서 보란 듯이 서핑 타는 그들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그들을 보니 알겠습니다. 자유! 그것 참 무서운 것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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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태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만약 누군가가 무한정 자유로워 보여서 부럽다면 그 자유는 진정한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치열하고 전투적이고 때론 너무 자주 넘어져서 상처를 내고 마는,
그럼에도 꼭 하고 싶어서 다시 일어서는 그것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자유입니다.
언젠가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자유롭게 돌진하는 너와 나,
그리고 누군가가 되기를 바라며 영화제 내내 본 것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내 마음을 움직였던 자유로운 영혼들의 모습을 마음속 깊이 담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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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마음을 담은 풍경들

 
+일상(다시, 삶으로!)
친구와 함께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로 오던 중에 친구는 고향집이 있는 대구에 내렸어요.
결국 <쿠치의 여름>에서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혼자 가는 길이 바로 인생인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하면 새벽 4시 27분, 해가 뜨려면 한참 남은 시간이지만 첫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긴 시간, 서울로 돌아가는 내내 다시 쳇바퀴 돌듯 지겨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럼에도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며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것만큼이나 그 일상이 그립다는 생각,
돌아가는 뭐든 더 열심히 잘 해야지 하는 생각들이 마음 이곳저곳을 헤맸습니다.
다섯 시간 반 동안 한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죠.
간간이 잠이 들었지만 깊은 잠을 청할 수는 없었어요.
어느 새 서울 도착! 시간이 흘러준다는 사실이 감사했어요.
첫버스를 타고 집에 와 현관문을 열면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새벽 5시 30분의 하늘이 어찌나 맑은지, 반짝이는 별들이 무수히 많이 보였어요.
서울에서 이토록 많은 별을 한꺼번에 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니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부산의 태풍 때문에 모든 별이 서울로 피난을 온 것일까요.
정말 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고 있을 시간에 별이 이렇게 반짝이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서울로,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온 내게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busan 23
문화 교육(Culture-Edu) 리뷰_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집으로 돌아오던 기차 안에서

 
 
곽효정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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