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육 인터뷰

청심

[문화 교육 인터뷰]나효우 착한여행 대표-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은 우리가 걸어서 만드는 길에 있습니다

interview intro
청심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인터뷰를 통해 ‘문화로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문화로 더 많은 이들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하고 유쾌한 이야기. 문화 교육 인터뷰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소망 중에 하나는 마을 프로젝트를 하는 거예요. ‘착한여행’의 비전 중 하나이기도 한데, 여행자들이 한 마을에 5년이나 10년에 걸쳐 기여를 하도록 해서 마을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자그마한 변화를 만드는 것에 보탬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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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효우_착한여행 대표
1980년대 초부터 관악구에 낙골・낙굴로도 불리는 달동네에서 20여 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 살며,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해왔다. 2000년부터는 필리핀으로 건너가 유엔 해비타트(UN-Habitat,UN 인간거주센터)에서 NGO 활동을 하며 착한 여행, 공정 여행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 보탬이 되는 여행문화를 만드는 것이 그의 바람. ‘진정한 의미의 여행’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그의 숙제다.
 
 

‘착한여행’은 어떤 곳인가요?05
설립된 것은 2009년 7월이고,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가졌어요. 여행문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기간이었죠. 정부의 허가 없이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것이 1989년이에요. 20년이나 지난 후였지만, 그 사이 여행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쇼핑이나 바가지요금, 속된 말로 표현하면 섹스관광 등 좋지 않은 단어들이 회자되던 시기가 이어졌지요. 약 10년 간 필리핀에서 주민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활동하면서 느낀 것이 외국 사람들과 현지에 머물고 그들과 동화되는 기간을 거치면서 얻는 것이 많은데, 우리의 여행에는 그런 게 미흡하다는 것이었죠. 일차적으로는 외국의 한국 식당이나 쇼핑몰에서 바가지를 쓰는 걸 막아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현지 역사나 자연 문화를 배우고 깨닫는 여행, 그리고 그걸 통해 휴식을 얻고, 자신이 성찰하기도 하며 치유 받는, 교육적인 효과도 누리는 여행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아닐까 생각했고요. 세 번째가 여행을 통해서 현지에 경제적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착한여행, 공정여행이 뭐냐고 자주 묻는데, 세 번째 깨달은 것이 답이 될 수 있겠습니다.

 

‘공정여행’이란 어떤 여행인가요?
공정여행에서 ‘공정하다’라는 말은 여행자와 여행지가 공정한 관계여야 한다는 뜻이에요. 많은 여행은 ‘나만 즐거우면 돼’ 하고 현지 사람이 어떻든 상관 안 합니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한 나라에 갔을 때는 큰소리 치고 마치 왕처럼 군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공정하지 않아요. 여행지와 여행자가 동등한 관계라고 인식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지역 마을에 기초한 여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공정여행의 기본 철학입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의 세부 보홀의 한 여행지는 현지인들이 직접 안내를 합니다. 예전에는 돌고래를 잡아서 일본에 수출하는 걸 생계수단으로 삼았었는데, 한 마리를 잡아서 대가로 받는 돈이 고작 13만원이었어요. 어느 날 환경단체를 통해 돌고래를 잡는 대신 돌고래를 안내하는 것으로 돈을 벌면 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죽이는 게 아니라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생계수단을 대체하게 됐어요. 이 사람들은 돌고래가 어디서 출현하는지, 어떤 습성을 갖고 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여행자들에게도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서로 좋은 거지요. 또 공정여행은 현지를 잘 알고 이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역 사람들과 잘 사귀고 머물고 이야기 나누고 더 친숙해지는 관계를 강조합니다. ‘착한여행’에서도 가능하면 그 지역의 원주민이나 현자지인들과 잠도 자고, 어울릴 수 있는 요소를 담아주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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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을 거 같습니다. 공정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무리 생각하고 배웠던 지식이나 입장도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반대로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경험이 없거나 상관없이 그가 옳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일반적인 지식은 책이나 매체를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죠. 그러나 배움이라는 게 단순히 지식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마음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생각을 바로잡는 진짜 공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상당히 소중합니다. 물론 외국에 나가면, 그곳 주민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나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그들의 몸짓, 웃음, 행동을 통해 정서적으로 위안받고, 깨닫는 되는 것들이 분명 있습니다. 어떤 지식을 갖추는 것보다 열린 마음으로 현지인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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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여행’에서 진행한 공정여행 중 기억에 남는 여행을 꼽으신다면요?
2009년 7월쯤, 경향신문과 공동으로 메콩강 시리즈를 진행했는데, 그것이 ‘착한여행’의 첫 여행시리즈였습니다. 메콩강은 중국 윈난성에서 출발해서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까지 여섯 개의 나라를 지나요. 문물과 문화도 육로가 아닌 메콩강을 통해 전달됐고, 침략도 메콩강을 통해 이뤄졌을 정도로 동남아의 상징이 되는 강이죠. 여행을 국가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시도였고, 메콩강을 중심으로 동남아의 문화가 어떻게 흘렀는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였습니다. 아일랜드 시리즈는 섬을 통해 아시아를 다 밟는 콘셉트예요. 유럽이나 아프리카, 남미는 아시아에 비하면 섬이 거의 없는 셈일 정도로, 아시아는 어느 대륙보다 섬이 많아요. 아일랜드 시리즈를 막 시작할 때 필리핀 가족 여행을 신청하신 분이 있었는데, 귀찮을 정도로 전화를 계속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들어보니,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하는 가족여행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여행을 위해 신혼 초부터 일곱살 터울의 아이 두 명이 자랄 때까지 돈을 계속 모아오셨다고요. 워낙 여러 곳을 많이 다니다 보니 여행에 대한 감흥이 저도 모르게 떨어져 있었는데,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은 어쩌면 쉽지 않은 일이고, 그만큼 한 번의 선택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거죠. 여행 경비도 일반 패키지여행보다 비싼 편이였는데, 그럼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시고 선택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다른 여행도 많은데 왜 이걸 선택하셨어요? 그랬더니 아이의 소원이 자유롭게 뛰어 노는 돌고래를 보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돌고래가 정말 많이 보이길 바랬죠.

 

그래서 돌고래는 많이 보셨나요?
돌고래는 보통 아침 6~7시에 참치를 잡아먹기 때문에 보려면 새벽 일찍 나가야 해요. 출현하면 가까이 올 때까지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 있어야 하고, 돌고래가 놀자고 가까이 오면 모터를 끄고 절대로 먹이를 주지 않는 등 원칙이 있습니다. 보통 2~3시간 기다리면 보는데 그날따라 5시간이 넘도록 한 마리도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마침 저 멀리서 돌고래가 폴짝 뛰는 꼬리를 아이들이 보고 아!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자 마자 돌고래는 사라졌고요. 돌아오는 중에 엄마가 “어떡하니, 네가 보고 싶은 돌고래 꼬리만 봤다. 실망하지 않았니?” 물었더니, 아이가 그러는 거예요. “아니야, 괜찮아. 그냥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돌고래보다 저렇게 뛰어 노는 돌고래가 있는 게 너무 좋았어.”라고요. 그 때 생각 했습니다. 이분이 언제 또 다시 어떻게 여행을 하실지 모르지만 잊지 못할 여행을 드렸다고. 그 일이 저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보람이 되는 일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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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공정 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실제 어느 정도 인가요?
전체 여행 시장의 비율로 보자면, 30퍼센트 정도라고 이야기해요. 음식으로 비유하면, 유기농 음식을 선호하는 분들인 셈이고요. 환경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크다는 게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공정여행에 참여했던 분들 중에는 기회가 되면 또 가려는 분들이 많아요. 지난 1월에 네팔 히말라야를 갔던 분들 역시 몇 차례 여행을 함께 갔다 오셨는데, ‘착한여행에 반한 사람들’의 줄임말인 ‘착반사’라는 온라인 카페도 만드셨어요. 여행을 갈 때마다 ‘다른 여행에서 이런 건 볼 수 없어’, ‘공정여행의 특징은 현지 사람을 만나는 거야’ 하세요. 사실 제가 하는 역할도, 관심 있으신 분들이 원하는 것을 찾으실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뿐이죠.

 

‘착한여행’이 추구하는 공정여행은 어떤 것인가요?
여행이 갖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늘 살던 공간, 시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아닐까요? 회사, 집, 학교에서 일탈하는 기쁨이 있고 여행지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해프닝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여행이죠. 어떻게 하면 그러한 기대를 사진 속 풍경으로 담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 갈 수 있게 하느냐가 ‘착한여행’의 관심이자 화두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느끼면서 여행 중 경험한 것들을 자신만의 새로운 에피소드로 가져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꼭 여행을 떠나지 않고, 여행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일상의 여행’입니다. 보통 하루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 8시간, 일하는 시간 8시간 그러면 나머지 8시간은 여분의 시간 또는 여가의 시간이라고 하잖아요. 물론 출퇴근하고 텔레비전 보고 SNS도 해야 하니 바쁘죠. 그런데 그 8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좀 더 문화적이고 생산적인, 가능하면 새로운 꿈을 만드는 시간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여행이 꼭 비행기나 기차 타고 멀리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출근 할 때,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그간에 익숙했던 사물을 새롭게 보거나, 걸으면서 마을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일상 속의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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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을 통해 앞으로 더 하고자 하는 일들은 뭐가 있나요?
발룬투어리즘(voluntourism)을 지속적으로 하고자 해요. 해외 자원봉사 활동 중에 많이 하는 것이 베트남 남부지역 학교를 개보수 하는 일과 캄보디아 마을의 부서진 집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어주는 거죠.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여행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거예요. 이렇게 작은 봉사가 큰 걸 바꾼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10일 중에 하루 혹은 반나절 하는 일이 무얼 바꾸겠어요. 그러나 오랜 세월 한 곳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이 그런 여행이 조금씩 늘다 보면, 자그마한 변화를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소망 중에 하나는 마을 프로젝트를 하는 거예요. ‘착한여행’의 비전 중 하나이기도 한데, 여행자들이 한 마을에 5년이나 10년에 걸쳐 기여를 하도록 해서 마을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자그마한 변화를 만드는 것에 보탬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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