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육 인터뷰

청심

[문화 교육 인터뷰]“당신도 저처럼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다면, 그 사람을 지켜주세요.” – 메디키퍼 박용만 대표

interview intro
청심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인터뷰를 통해 ‘문화로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문화로 더 많은 이들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하고 유쾌한 이야기. 문화 교육 인터뷰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변에 혹시 힘들어하거나 은연중에 ‘죽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돌려 묻지 말고 직접 물어야 해요. 보통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고 묻는 것을 꺼리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오히려 그걸 드러내고 묻는 게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관심이거든요. 누군가가 자신의 힘든 부분을 알아주고 걱정한단 걸 알면 살아갈 힘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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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_메디키퍼 대표
남원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청년 의대생으로 몸과 마음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메디키퍼>의 창단멤버로 올해 10월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박용만 씨를 포함해 세 명으로 시작했던 <메디키퍼>는 어느새 2기 단원만 무려 220명을 자랑하는 전국구 단체로 급성장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먼저 자기소개와 <메디키퍼>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막연하게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자를 꿈꾸던 학생이었어요. 특히 고등학교 2학년 때 생물시간에 배운 인체에 관련된 내용이 흥미로웠고, 그걸 좀 더 알고 싶어서 의대를 지원하게 됐고요. 그러던 중 아는 동생에게 과외를 시작했는데 여름이 되면서 그 아이 손목에 나있는 상처를 보게 됐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었어요. 그 동생은 여러 문제들로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기록이 남을까 두려워 전문가와의 상담도 피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언제든 마음이 아프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잠잘 때나 새벽에 문자가 와 있을까 봐 늘 신경이 쓰였습니다. 잘못 말했다가 오히려 아이가 자극 받지는 않을까,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어떤 것도 시도할 수 없었고요. 그렇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괴로워하던 때에 1기 대표였던 최대규 님의 아이디어로 <메디키퍼>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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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키퍼>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메디키퍼>는 ‘게이트키퍼(gatekeeper)’와 ‘메디컬 스튜던트(medical student)’의 합성어에요. <메디키퍼> 활동의 목표는 스스로 게이트키퍼가 되고 게이트키퍼를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게이트키퍼가 되면 우선 자살 징후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살 징후에 대해 배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또 듣고 어떻게 답해주어야 하는지 배우게 돼요. 또 자살 징후의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는 전문기관에 연계할 수 있게 어떤 기관이 있으며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지요. 그 후에 청소년 팀과 대학생 팀으로 나눠서 교육을 나가서 게이트키퍼 교육과 자살예방 교육을 합니다. 자살 방지를 위한 ‘스마일 캠페인’ 등을 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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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자살을 생각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다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주변에 혹시 힘들어하거나 은연중에 ‘죽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돌려 묻지 말고 직접 물어야 해요. 보통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고 묻는 것을 꺼리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안 그래요. 오히려 그걸 드러내고 묻는 게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관심이거든요. 누군가가 자신의 힘든 부분을 알아주고 걱정한단 걸 알면 살아갈 힘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게 되요. 즉,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만으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들의 고민이 위험한 수준이라면 전문가에게 연결시켜주세요. 자살을 할 만큼 힘든 사람들이 전문기관의 도움 받기를 꺼리는 이유는 상담 때문인 경우가 많던데, 상담 기록도 남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게이트키퍼가 알려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과외를 했던 그 동생도 기록이 남지 않는 상담을 진행했고, 지금은 의지를 갖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훗날 그 아이가 누군가의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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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면요?
거리에서 웃음을 나누는 ‘스마일 캠페인’을 할 때였어요. 광화문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몸이 불편해 보이는 어떤 분이 다가오더니 한때 죽으려고 했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힘든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시’를 쓰면서부터였다고 하셨죠. 그 분께서 우리가 하는 이 활동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해주셨는데, 그 때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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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것을 의대생의 시선으로 설명해 본다면요?
예전에는 마음이 아프다거나 슬퍼하는 감정이 단순하게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물질의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신을 믿지 않는 의사 선생님도 수업 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창조주가 우리 몸을 참으로 신비롭게 만들어놓았다고요. 그러면서 기술자가 되지 말고 의사가 되라고 하셨어요. 환자의 증상만 기계 고치듯 뚝딱 고치는 게 아니라, 병에서 비롯된 환자 마음의 짐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의사가 되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의사야말로 정말 많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의사가 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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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해 동안 <메디키퍼>는 어떻게 활동해 나갈 예정이신지요?
앞으로 가장 큰 목표는 내실화예요. 2기밖에 안 되는 신생 단체이다 보니 아직 다듬어야 할 곳이 많습니다. 우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이 <메디키퍼>의 기본이라 생각해요. 그 다음 목표는 우리를 널리 알리는 겁니다. 게이트키퍼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정도의 개념만이라도 널리 알려지면, 그 자체로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당장 2014년 2월에는 모든 단원이 함께 참여하는 힐링캠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200여 명의 단원들과 둘러앉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또 둘씩 짝을 지어 고민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 시간이 우리 내부를 탄탄하게 해주었어요. <메디키퍼> 단원들이 이런 시간을 갖는 건 건강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곧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이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면 이해 받았다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잖아요. 마음이 아픈 누군가를 도우려면, 우선 내 마음이 건강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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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으로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 만든 꿈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행복 하려면 제 주변사람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메디키퍼>가 저에게는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게이트키퍼는 자기 주변을 챙길 수 있잖아요. 게이트키퍼가 더 많아질수록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 있고요. 아직까지는 무기력감을 느껴야 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현재의 1차 목표는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도록 제 능력을 더욱 키우는 겁니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주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사람, 그리고 마침내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메디키퍼>가 필요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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